펫숍금지, 언제쯤 우리도 말할 수 있을까
최근 유럽 의회에서 ‘개·고양이 복지 및 추적성 강화’ 법안이 전체 560표 중 457표의 압도적 찬성으로 가결되었습니다.
이 법안은 EU 차원에서 처음으로 마련되는 반려동물 보호의 통일된 기준으로, EU 인구의 44%가 반려동물을 가족으로 두고 있는 현실에 발맞춘 조치로 평가됩니다.
눈에 띄는 사항은 개와 고양이를 전시하여 판매하는 행위, 즉 '펫숍'이 금지되며 동물복지 기준을 충족한 전문 브리더나 보호소를 통해서만 입양이 가능해집니다. 생후 8주 미만의 새끼를 어미로부터 분리하거나 좁은 우리에 가두는 행위 금지, 번식 횟수 제한과 같은 최소한의 복지를 보장하기 위한 조항들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또한 모든 반려동물은 마이크로칩 삽입을 의무화하고 해당 국가의 데이터베이스에 반드시 등록을 해야합니다. 이는 비상업적 목적의 입국을 가장한 불법 거래를 차단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으로, 제도의 사각지대를 막기 위한 노력도 엿보입니다. 현재 해당 법안은 EU 이사회 및 집행위원회와의 협상을 거쳐 최종 입법을 앞두고 있습니다.
반면 한국은 여전히 동물의 전시 판매가 법적으로 허용되고 있습니다.
물론 개정에 대한 논의는 매년 이어지고 있습니다. 최근 공포·시행된 [동물보호법 시행령]에 따르면 동물 학대 방지를 위해 펫숍은 물론 동물생산업, 수입업, 전시 업장에도 CCTV를 의무 설치해야 합니다.
또한 현장을 투명하고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부모견의 동물등록 역시 의무로 시행됩니다. 하지만 보유 동물의 수와 생산 및 판매를 지자체에 보고하도록 이미 의무화되어 있습니다. 규정상으로 나름의 기준을 갖추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번식업체의 자자체 보고는 형식적으로만 운영되고 있습니다. 이를 검증하고 현장 점검할 인력이 부족해 법은 있지만 실효성이 없는 상태입니다.
그사이 불법 번식 구조는 점점 더 교묘해졌습니다. 보호소를 사칭한 신종 펫숍들은 ‘파양·유기 동물’이라는 이름을 내세워 고가의 책임비를 요구하고, 온라인을 통해 활발히 홍보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가정 분양 역시 겉보기에는 자연스러운 임신과 출산이 바탕이 된 따뜻한 입양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무분별한 교배를 유도하고 불법 번식 `업자들이 위장 판매를 하는 창구가 되기도 합니다.
그리고 많은 시민들 또한 이러한 구조에 무심코 참여하게 됩니다. 합법과 불법을 구분할 수 있는 정보가 부족하고 인증 또한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겉보기엔 그럴듯한 ‘착한 입양처’를 통해 생명을 구매하게 되는 경우가 빈번합니다. 그리고 그 피해는 결국 동물에게 돌아갑니다. 법은 존재하지만, 지켜지지 않는 현실 속에서 동물이 겪는 고통은 통계로조차 드러나지 않습니다.
협회는 불법 번식장과 펫숍의 문제에 꾸준히 행동해 왔습니다.
2012년 비닐하우스 번식장에서의 구조를 시작으로 상품 가치가 다해 유기된 늙고 병든 5마리의 고양이, 폐업 펫숍에서 보신탕집에 넘겨진 7마리의 고양이, 번식장으로 가기 직전 구조된 10마리의 고양이까지. 펫숍과 번식장 구조는 한 번에 많은 아이들을 수용하고 치료해야 했기에 늘 벅찬 일이었지만 멈추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10년이 지난 지금.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작년에도 여전히 펫숍에 방치된 품종묘 ‘봄날이’와 ‘춘봉이’를 구조해야 했습니다. 불법은 더 정교해졌고, 동물들의 고통은 여전히 제자리입니다.
이제는 선언적인 법 조항보다 현장에서 실질적으로 동물을 지킬 수 있는 보호 장치가 필요한 때입니다.
계속해서 새로운 제도를 만들고 규제를 나열하며 동물보호에 힘쓰는 '모양새'를 갖추는 것이 아닌 '근절'이 필요합니다.
EU가 보여준 변화는 단지 부러운 뉴스로 끝나선 안 됩니다. 한국 역시 생명을 향한 존중이라는 가장 기본적인 기준 앞에, 보다 근본적인 변화를 시작해야 합니다. 제도나 감시는 억제할 수 있어도, 멈추게 하지는 못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