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코코의 부고 소식을 전합니다.
쉼터 대표 미묘이자, 공주님인 예쁘고 착한 코코가 얼마 전 고양이별로 떠났습니다.
코코는 도봉산 신선대 절벽에서 살던 산고양이입니다. 가족과 함께 지내던 코코는 절벽 틈새를 아슬아슬 돌아다니며 생활하고 있었는데요. 그런 코코가 발을 잘못 디딘 건지 다리가 골절되었다는 제보를 통해 협회에 구조되었습니다. 치료를 받은 코코가 협회에 입소했던 첫날을 기억합니다. 사람 손이 낯설어 활동가들에게 곁을 내어주지 않고 반사적으로 하악질을 할 정도로 경계심이 가득했지만, 활동가들은 동글동글한 몸매에 하얀 털을 가진 코코가 눈사람같이 귀여워 하루빨리 친해지고 싶었답니다.
시간이 지나고, 코코는 친해지고 싶었던 활동가의 맘을 알았는지 점차 손길을 허락해 주었습니다. 나중에는 엄청나게 울 때 꼬옥 안아주면 울음을 뚝 그칠 정도로 활동가들을 좋아하고 따라주는 활동가바라기였답니다. 코코는 활동가에게만 소중한 존재인 것은 아니었습니다. 휘루네 쉼터 친구들은 코코의 옆자리를 두고 순서를 앞다툴 정도로 코코를 좋아했습니다. 코코에게 그루밍 해주고 싶어 코코만 보면 그루밍을 시작하는 현명이, 아직 활동가에게는 차갑지만 코코에게는 밥까지 양보하는 루루, 겁먹으면 약속이라도 한 듯 코코의 옆자리를 차지하는 노노까지... 코코의 매력에는 출구가 없었습니다.
존재만으로도 활동가들과 쉼터 친구들의 마음에 사랑을 느끼게 해준 코코는 몸이 약해지기 시작했습니다. 구내염으로 인해 체중이 줄었던 코코는 잘 이겨내는 듯싶었습니다. 하지만 몸의 염증 수치가 높아지면서 콩팥 수치, 인 수치, 혈압 수치까지 전부 악화되었습니다. 꾸준한 병원 내원을 통해 개선되는 것만 같았으나 요독증과 빈혈, 온몸에 경련이 찾아오기도 하면서 코코에게 버거운 시간이 지속되었습니다. 점점 야위어가는 코코의 모습을 보며 마음이 아파왔지만, 절대 포기할 수 없었습니다. 꾸준히 입원과 퇴원을 반복하며 코코의 치료에 전념하였습니다. 몸이 아픈 것만으로도 힘들었을 코코는 반복되는 이동에도 사랑을 잃지 않았습니다. 눕눕백에도 의젓하게 들어가 활동가에게 쓰다듬어 달라고 애교부려주는 코코. 아직도 표정과 체온이 기억에 선명합니다.
코코는 쉼터 친구들 사이에서 새벽에 조용히 지구별 여정을 마무리하였습니다. 많은 친구들이 코코의 곁을 지켜주었고, 코코의 표정은 편안해 보였습니다.
쉼터 친구들에게 관심을 가져주시고 응원해 주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코코를 위해 애써주신 병원 선생님들과 원장님께도, 코코를 위해 매순간 케어에 최선을 다한 활동가 선생님들께도 감사드립니다.
아직도 휘루네 쉼터 어딘가, 주먹밥 몸매를 자랑하고 있는 귀여운 코코가 있을 것만 같습니다. 혹여 코코가 활동가들을 기억하지 못하더라도 루루가 양보해 준 밥의 맛, 친구들과 함께 장난감 놀이를 했던 기억, 제일 좋아하던 스크래처를 뜯었던 즐거운 기억, 따뜻했던 쉼터 방바닥의 추억만큼은 잘 챙겨 고양이별로 떠났으면, 그리고 아픔 없이 행복한 추억을 바탕으로 힘차게 고양이별을 탐험해 나갔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