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무이 죄송해요~
제가 예전에 어무이한테 왜 그러시냐고 했잖아요.
왜 새벽부터 일어나셔서 남 잠도 못자게 왔다갔다 하시냐구요.
그때 어무이께서 말씀하셨어요.
늙으니 화장실은 더 자주 가고 싶고... 깊은잠도 못 자겠고 토막잠을 자다가
새벽이면 잠이 다 달아난다고.
근데요.
어무이~
이제 제가 그러고 있어요.
7시 반에 일어나도 되는데 눈뜨면 어떨땐 새벽 네다섯시.
아침에 너무 일찍 일어나면 하루가 참 길게도 느껴져요.
일어나서 한다는게 고작...
여기저기 널부려져 있는 여섯 아이들 골고루 머리통 쓰다듬어주고
전깃줄에 나란히 붙어서서 쌀톨이나 떨어질까하고 고대하고 있는 비둘기 세녀석들 점검하고
차밑에서 캔 기다리느라 머리만 빼곰히 내밀고 우리집만 바라보고 있는 아이들이 오늘도 일찍 왔으려나....
오늘은 재개발 지역 밥주는 날이니 보따리를 미리 싸놔야겠군...내지는..
식당 2호에 시원한 물도 부어놓아야 하고
비실한 삼색이는 닭괴기라도 삶아다 줘야하나...
며칠째 안보이는 그래이와 코코 녀석은 왜 안보이는걸까....
굴렁쇠 시끼는 왜 캔을 네개나 처먹어야 먹구 떨어지는걸까... ( 내가 그놈 캔 먹일라구 태어난 인생도 아니건만. ㅎㅎㅎ)
우리 삐삐는 입양자가 나타났다는데 과연 괜찮은 사람일까....
ㅎㅎㅎㅎ
온통 이러고 있으니.
어무이~
이렇게까지 딸년이 괭이신이 강림되어서 눈이 돌아간건 모르시죠? ㅎㅎㅎ
어무이께서
니네 고양이 몇마리냐고 묻고 또 물으실때마다
몇마리 안된다고 했다가
삐돌씨가 어느날 꽈바쳐서... 고정 다섯에 들락거리는 놈 꼭 하나씩 있다고 했더니
틀니 끼신 어무이 조글조글한 입이 놀라서 한껏 벌어지는걸 저는 봤어요. ㅎㅎㅎ
어쩌겠어요?
동물 좋아하는거 아버지 닮아 이 모냥인걸요.
어렸을적부터 제가 그렇게 유별스러웠다면서요.
엄마가 어디만 가시면 ...몰래 마당에 있는 꾸질맞은 개들 발도 안 닦이고 죄다 방에다 끌어다 놓고
새끼 낳으면 엄마 쉐타를 포대기 삼아 둘러업고는 오만 자랄을 떨더니
오십이 넘어도 지 버릇 개 못주고
괭이새끼들 줏어다 ...두르라는 스카프는 목에다 안하고 괭이 싸서 배에다 차고 다닌다구요.
몸두 시원찮은게 니몸도 생각해서 어지간히 하라고 하신 말씀 ... 명심할께요.
참~
저번에 시엄니께서 갑자기 오셔서 아이들 다섯 다 들켰어요.
어무이 입만큼이나 시엄니 눈도 와방 커지신것 잊을수가 없네요.
돌아가시면서 욕하셨겠죠.
지 서방한테나 잘하지... 지 서방한테는 눈 흘기면서 ..괭이들 보는 눈엔 사랑이 넘치구 있구먼~....하구요. ㅎㅎㅎ
근데요.
괭이들은 삐돌씨처럼 말술 안먹어요.
괭이들은 술도 안먹지만 ...술먹고 기분좋다고 아무한테나 기마이 팍팍 안써요. ㅎㅎㅎ
괭이들은 장판 빵꾸 나게 힘줘서 방구도 안끼구요.
괭이들은 눈치주는 시누이도 옵션으로 따라오는일 없어요.
사료한가지만 줘도 불평없이 밥도 잘먹구요.
당신 아드님은 반찬 없으면 밥상을 얼음땡 자세로 오분을 쳐다보면서 무언의 시위를 해요.
그리고 괭이들은 용돈 달라고도 안하는데 당신 손주들은 눈만 떴다하면 돈 내놓으래요.
내가 돈찍어내는 한국은행인줄 아나봐요.
여튼 몰라요.
괭이들땜에 매일이 정신없어요.
사료보따리 싸고 좀있다 문안전화 드릴께요.
경로당 가시지 말고 제 전화 받아주세요~ ㅎㅎㅎ
친정 엄마가 계시면 냥이들 엄청 좋아해서 길에서 주은애들 데려다주면 이뻐하면서 잘 거두어 주실텐데...
어릴때 냥이 출산때마다 산파하시고 엄마 잃은 애들 일이 많고 힘들어도 수발 다하시던 분이셨죠
발정 난 지집애 집 안나가고 수컷들 방안까지 끌여 들여도 뭐라 하지 않고 재워주고 어릴적 기억이 지금 저를 만든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