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쿠크의 부고 소식을 전합니다.

모두에게 사랑받던 집으로 입양센터의 대표 순둥이, 쿠크가 지구별 여행을 마쳤습니다.

그동안 숱한 위기 속에서도 몇 번이나 다시 일어나준 쿠크. 이제는 더 이상 아픔과 싸우지 않고 편히 쉬기를 바랍니다.

 

처음 만난 사람 앞에서도 발라당 누워 배를 보여주던 쿠크는 사실 '유기'라는 깊은 상처를 가진 아이입니다.

병원에 버려진 채 돌아오지 않는 주인을 하염없이 기다리던 쿠크는 결국 안락사를 앞두게 되었습니다.

처음 만난 쿠크는 극심한 우울증으로 이미 삶을 포기한 듯 케이지 벽만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쿠크는 발치 수술로 이빨이 없음에도 잇몸으로 털과 발바닥 패드마저 뜯는 자해까지 반복하였기에 회복이 가능할지 걱정이 앞섰습니다.

 

쿠크에게 약물치료와 함께 무엇보다 많은 관심과 사랑을 주었습니다.

천천히 자해를 멈추게 된 쿠크는 다시 한 번 사람을 믿기로 결심한 듯 어느새 아낌없는 사랑을 보여주었습니다.

관심을 독차지하고 싶어 경계하던 다른 고양이 친구들에게도 마음을 열었고 어느새 모두가 믿고 따르는 듬직한 고양이가 되었습니다.

 

그렇게 행복만 가득하길 기대했던 쿠크의 건강에, 애석하게도 계속해서 적신호가 커졌습니다.

염증성 농이 비강과 전두동까지 가득 차 대학병원에서 6시간에 걸친 대수술까지 받게 된 쿠크.

붕대를 감은 채 마취 기운이 채 가시지도 않았지만, 면회 온 케어매니저가 반가워 발라당 누워 인사를 해주던 모습이 선명합니다.

수술 이후에도 환절기마다 위기가 찾아왔지만, 쿠크는 늘 이겨내며 사랑을 잃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올해, 심해진 구내염으로 병원을 찾았다가 입 안의 암을 발견하였습니다.

입원과 퇴원을 반복하며 항암치료에 집중하였지만 상태는 눈에 띄게 악화되어갔습니다.

입 안의 염증이 터지고 뼈가 녹는 극심한 고통 속에서도 쿠크는 조금이라도 기운이 날 때면 너무 걱정하지 말라는 듯 기지개를 쭉 켜고 발라당 드러누워 애교를 부렸습니다. 이번 고비도 꼭 이겨내리라 기도하였지만, 끝내 쿠크를 떠나보내게 되었습니다.

 

2020년 구조되어 우리와 함께한 쿠크는 짧지만 찬란한 시간을 많은 사랑 속에서 보냈습니다.

쿠크를 처음 만난 순간부터 진심 어린 사랑으로 돌보며 함께해 주신 케어매니저 분들과 쿠크의 회복을 위해 힘써주시고 마지막 길을 지켜주신 의료진분들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또한 마음입양으로 가족이 되어주신 후원자분들, 그리고 쿠크를 응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쿠크가 보여준 온화한 용기와 사랑을 오래도록 기억하며, 이제는 아픔 없는 곳에서 마음껏 기지개 켜고 편히 쉬기를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