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양이가 안전한 곳이 살기 좋은 동네
관리사무소에서 붙인 안내문
SNS에서 눈길을 끄는 사진 한 장을 보고, 그 글타래를 정자세로 앉아 읽기 시작했습니다. 첫번째 사진은 엘리베이터 내부를 찍은 것이었는데, 관리사무소에서 붙인 길고양이 안내문이 있었어요. 내용이 어떨지 대충 예상이 되시지요? 어린 자녀가 있는 세대에서 길고양이 때문에 계속 민원을 제기하고 있으니, 냥이들에게 밥을 주거나 돌보는 일을 하지 말아달라는 내용이었습니다.
평범한 안내문 옆에 붙은 비범한 답글
그런데 그 안내문 옆에 이 SNS 계정의 주인이 붙인 장문의 글이 붙어 있었습니다. 그 글은 길냥이 사료와 간식을 챙기는 사람으로서 책임감에 글을 남긴다는 말로 시작을 합니다. 이 곳에서 7년간 길냥이를 돌보고 있지만, 냥이들은 자신에게도 일정한 간격을 두고 절대 가까이 오거나 먼저 접근하는 일이 없었는데, 어린 자녀가 있는 세대에서 자녀분이 새끼 고양이에게 접근했다가 어미의 공격을 받은 건 아닌지 물어보는 내용으로 이어집니다. 민원을 넣은 주민에게 살짝 팁을 알려주는 대목인 것도 같았어요.
이 아파트의 길냥이들은 주로 화단에서 산다고 합니다. 이 냥이들이 예전에는 어디 살았는지, 어떻게 이 아이들에게 밥을 챙겨주게 되었는지에 대한 이야기도 담겨있는데, 이 부분이 특히 좋았어요. 누군가에게는 마주치기 싫은 길냥이, 어떻게 되든 상관없는 하찮은 생명이었을 수도 있지만, 이렇게 길냥이들의 사연을 알게 되면, 그리고 밥을 챙기는 이웃의 고민과 사려깊음을 알게 되면, 주민들의 마음 속에도 이것을 알기 전과는 다른 어떤 감정이 생겨나지 않을까 생각을 해봅니다. (물론 무슨 수를 써도 변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지만요)
영역동물인 고양이의 습성, 평균수명이 3~4년에 불과한 길고양이들의 고단한 삶에 대한 이야기, 이 화단에서만이라도 고양이들이 안전하고 자유롭게 다녔으면 좋겠다는 바램, 길고양이가 안전한 곳이 살기 좋은 동네라고 생각한다는 말로 글이 마무리됩니다. 정중하면서도 따뜻하고 진솔한 글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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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좋은 시선으로 보는 분들이 많지만 이렇게 따뜻하고 사려깊은 분들이 귀감이 되는 것 같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