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음입양, 대짜] 조금 느릴지라도 누구보다 단단한 용기, 저는 대짜입니다
2018년, 짧은 글과 함께 협회로 충격적인 사진 한 장이 접수되었습니다. 사진 속 고양이는 수도관에 몸이 끼어 얼굴만 겨우 밖으로 나온 채 움직이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원격 지원만으로는 개인이 구조하기 어려운 상황이었기에 협회는 현장인 대전으로 향했습니다.
해당 수도관이 연결된 집의 주인에게 양해를 구한 뒤 내부로 들어가 무사히 아이를 구조할 수 있었고 곧바로 병원으로 이동하였습니다. 아이는 오랜 시간 먹지도 마시지도 못했던 탓에 뼈만 앙상하게 남아 있었고, 심각한 탈수와 빈혈 증세까지 보였습니다. 조금만 늦었더라면 이 아이는 좁은 수도관 속에서 짧은 생을 마감했을지도 모릅니다.
구조 당시 계절은 따뜻한 봄이었기에, 추위나 더위를 피하려 숨었다고 보기는 어려웠습니다. 평소 동네 길고양이를 돌보는 캣 시민 역시 해당 아이를 본 적이 없다는 말에, 유기된 것으로 추정되었습니다. 갑작스럽게 맞딱뜨린 험난한 길 생활에 겁을 먹고 숨을 곳을 찾다 수도관으로 들어가게 된 것으로 보입니다.
얼굴의 독특한 무늬가 인상적인 아이에게 '대전 짜장'이라는 별명이 생겼고, 이를 줄여 '대짜'라는 이름과 함께 긴 입원치료가 시작되었습니다. 비교적 어린 나이였던 대짜는 다행히 건강을 회복하여 집으로 입양센터에 입소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유기된 상처 때문인지 대짜는 사람에게 마음의 문을 단단히 닫은 상태였습니다.
사람이 보이면 재빨리 숨기 바빴고, 가까이 다가가면 하악질을 하거나 손을 휘두르며 공격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구조된 지 4년이 지나도록 대짜는 대부분의 시간을 높은 선반 위에서 보냈습니다.
하지만 대짜는 고양이 친구들에게는 정말 다정한 아이였습니다. 친구들의 품에 파고들어 함께 잠을 자고, 간식을 양보하고, 귀찮은 장난을 쳐도 묵묵히 받아주었습니다. 사람에게 받은 상처로 마음을 닫았을 뿐 대짜는 사실 누구보다 사랑이 많은 아이였습니다.
앞으로도 대짜는 계속 사람과 거리를 두며 살아갈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대짜는 그저 자신만의 속도로, 천천히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구조된 지 6년이 지나자, 대짜는 사람이 있어도 도망가지 않기 시작하면서 무릎을 톡톡 두드리면 잠시 고민하다가 조심스럽게 다가와 몸을 부비고, 손길도 받아주었습니다. 이제는 먼저 다가와 다리 밑에 앉아 쓰다듬어주기를 기다립니다. 더이상 어린 나이는 아니지만, 이제는 대짜도 가족을 만날 수 있겠다는 기대를 품고 입양 홍보를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운명의 장난처럼 대짜의 건강에 이상 증세가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지속적인 무른 변과 성묘임에도 3kg도 채 되지 않는 작고 마른 몸이 걱정되어 검사를 진행한 결과, 신장에 결석이 발견되었고 요관에도 문제가 확인되었습니다. 또한 대장벽이 두껍게 부어 있는 상태로 대장염 진단을 받아 꾸준히 수치를 확인하며 약물 치료와 입원 치료를 병행해야 했습니다. 다행히 정성껏 돌본 덕분에 조금씩 체중이 늘어 제법 토실토실해졌고, 잦은 병원 방문에도 경계없이 치료를 잘 따라주었습니다.
최근 방문한 병원 검진 결과 복강 중앙부에 지방종이 발견되었습니다. 어느덧 10살로 노령기에 접어들어 췌장 역시 상태가 좋지 않아 췌장염의 가능성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는 소견을 받았습니다. 대짜는 앞으로도 지속적인 추적 조사와 관리가 필요합니다.
긴 시간을 돌아 마음을 열어준 대짜. 현실적으로 입양 갈 가능성은 적지만, 마음을 열어준 덕분에 치료도 훨씬 수월하게 이어갈 수 있기에 그저 고마울 뿐입니다.
어쩌면 대짜의 삶이 산 넘어 산, 고비 넘어 고비처럼 보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대짜는 그저 조용히 자신의 하루를 살아가며 작은 용기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오늘도 대짜는 친구들에게 머리를 부비고, 입소 때부터 함께해 온 케어매니저의 발밑에 조심히 다가와 자신이 할 수 있는 사랑을 전합니다.
조금 느릴지라도 하루하루를 사랑으로 채워가고 있는 대짜. 대짜가 앞으로도 자신만의 방식으로 사랑을 전하며 치료를 이어갈 수 있도록, 마음입양으로 함께해 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