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주던 길냥이가 한동안 안보이다 나타났는데 멀리서 봐도 숨을 쉴때마다 등을 포함한 몸 전체가 크게 꿀렁 꿀렁거리고 호흡이 힘들어 보이고 걸음도 그래서 호흡에 맞춰 아주 천천히밖에 못 걷고
빨리 못 잡으면 애가 바로 잘못될거 같은 느낌이 크게 들었는데 경계가 워낙 심한 애라 겨우 포획해 입원시켰고 흉수가 가득 차 있었고 심내막염 패혈증으로 진단받아 고칠수없는 병이고 보통 30일내 안락사 시키게 된다 하였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입퇴원 반복하며 쓸수있는 마지막 항생제까지 다 썼으나 별다른 차도가 없고 결국에는 염증수치는 계속 측정불가로 뜨며 병원에서도 더이상 할게없고 흉수만 주기적으로 뽑으러 오라 하며 안락사 날만 기다리는 형국이었습니다
근데 너무나 신기하게도 저 지경에서도 아이가 엄청 힘들어하면 바로 안락사를 시켰을지도 모르는데 애가 아무 기력이 없어서 꼼짝도 안하고 가만 있긴 한데 밥을 계속 잘먹는거에요ㅜ 병원에서도 약간 말이 안되는 상황이긴하다면서 저 상태로 몇개월 버틸지도 모르겠다 했습니다
그러던 중 갑자기 이제 흉수가 아니라 복수가 차기 시작했고 그때서야 갑자기 복막염일 수도 있겠단 얘기가 나와서 복막염은 치료가 가능한 병이라 약을 구해서 먹여봤고 알주일만에 드라마틱한 차도를 보였습니다. (오진이었던 것 같은데 병원에서 절대로 인정을 안하더군요ㅜ 저는 그때까지 병원비로 오백만원을 넘게 썼습니다) 어쨌든 복막염 약은 3개월을 하루도 안빼고 일정시간에 먹여야 된다 해서 그때부터 3개월을 더 데리고 있어야 했습니다
아이가 경계심이 많아 하악질은 다가만 가도 계속했지만 희한하게도 밥을 계속 너무 잘먹고ㅜㅜ (보통 잡아오면 식음전폐하는 길냥들도 많은데 말이죠) 그래서 3개월 약 먹이기가 가능했고 컨디션이 좀만 좋아져도 보통 길냥들은 탈출하려 난리를 치는데 얘는 약간 겁이 너무 많아서인지 가만 있는 스타일이어서 3개월 데리고 있는 게 가능했습니다. 여러모로 정말 살 운명이라는 게 있구나 이런 느낌이었달까요ㅜ
너무 긴 기간 자기 살던 곳을 떠나있어 걱정했는데 다행히 예전 살던 곳으로 잘 돌아가 밥자리에도 다시 잘 나타나고 있습니다. 그간 실내에서 밥을 잘 먹어서 살도 통통 쪄 있구요 ㅎㅎ
헛돈 너무 많이 쓴 걸 생각하면 열받지만 살았다는 데서 위안을 얻습니다. 포획할 때 너무 힘들어서 덫 보내주시며 도움말씀 많이 주셨던 고보협 담당자님께도 깊은 감사 드립니다
*병원 입퇴원 반복 때
*복막염 약 먹자 상태 좋아져서 집에서 지내던 때
*방사 후 일주일만에 발에 뻘건 국물 어디서 묻히고 밥자리 돌아온 모습
장장 몇개월을 같이 지냇지만 여전히 도망가고 한번도 만져보진 못했습니다???? 그래도 살았다 이쁜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