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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성명]

부실 동물원 ‘퇴출’ 아닌 ‘연명’이 목적인가

 본질을 외면한 동물원 대책 전면 재검토를 촉구한다 

 

늑구가 돌아왔다. 지난 8일 대전 오월드를 탈출한 뒤 17일 새벽 마취총을 맞고 다시 시설로 잡혀들어가기까지, ‘늑구 신드롬’이라 불릴 만큼 뜨거웠던 관심은 늑대 한 마리의 안위에만 머물지 않았다. 여론은 동물을 가두고 전시하는 산업 자체의 문제, 국내 동물원의 열악한 현실, 그리고 이를 근본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요구로 이어졌다.

 

이 같은 상황 속에서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지난 22일 ‘동물원 안전관리 및 동물복지 향상 대책’을 발표했다. 그러나 정부가 내놓은 이번 계획은 ‘대책’이라 부르기조차 민망한 수준이다. “국민의 높아진 동물복지 의식 수준을 반영”하겠다는 기후부의 공언이 무색할 만큼, 이번 계획은 문제의 본질을 외면한 미봉책에 불과하다.

 

이에 우리는 기후에너지환경부의 이번 대책을 강력히 규탄하며, 아래와 같은 이유로 전면 재검토를 요구한다.

 

허가제 전환 조기 완료: 부실 시설의 억지 편입 조장

기후부는 당초 2028년 12월로 예정된 허가제 전환 유예기간을 1년 앞당겨, 2027년까지 전체 동물원의 90% 이상 허가를 완료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지자체와 협조해 미흡한 시설 개선과 인력 추가 확보 등을 지원하겠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지금 필요한 것은 얼마나 많은 시설을 허가제로 전환시키느냐가 아니라, 자격 미달 시설을 신속하고 엄격하게 걸러내는 일이다.

동물원수족관법 개정의 핵심은 동물과 사람 모두에게 위험한 동물원의 ‘퇴출’에 있다. 그럼에도 기준 미달 시설을 어떻게든 제도권 안에 편입시키기 위해 정부가 지원까지 하며 숨을 불어넣겠다는 이번 계획은 법의 취지를 짓밟는 일이다. 지금 정부가 해야 할 일은 부적절한 시설 퇴출을 목표로 한 결단이다. 

 

동물원 전시동물 교육·체험 프로그램 매뉴얼 개정: 법적 금지 조항의 방기

동물원에서 이루어지는 먹이주기, 만지기 등의 체험은 동물에게 불필요한 고통과 스트레스, 공포를 가하는 행위로서 동물원수족관법 제15조에 따라 원칙적으로 금지되었다. 그럼에도 현장에서는 ‘교육 목적 체험 계획서’만 제출하면 사실상 제한 없이 체험이 허용되고 있어, 법이 유명무실한 상태다. 정부는 이미 2022년에도 ‘동물원 전시동물 교육·체험 프로그램 매뉴얼’을 마련한 바 있으나, 매뉴얼은 현장에서 전혀 작동하지 않았다. 강제성 없는 매뉴얼을 다시 개정한다고 해서 무분별한 동물체험이 나아질리 만무하다. 

무엇보다 동물체험은 관리의 대상이 아니라 ‘근절의 대상’이다. 법으로 금지한 행위가 아직도 버젓이 횡행하는 현실에서 정부의 역할은 매뉴얼을 손보는 것이 아니다. 모법에 위배되는 하위 법령을 개정해 만지기, 먹이주기 등 부적절한 체험을 원천 금지하고, 관리·감독과 처분의 실효성을 강화하는 것이 우선이다. 

 

동물원 관리 인력 확충: 구조적 한계를 외면한 봉합책

정부가 내세운 검사관 확대 방안 역시 근본 대책이 되기 어렵다. 기후부는 동물원 현장 평가의 전문성을 보완하겠다며, 현재 25명인 검사관을 2028년까지 40명으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현장에서 제도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이유는 단순히 머릿수가 부족해서가 아니다.

현재 검사관 대부분은 동물원 출신이거나 동물복지와 무관한 학자들로 채워져 동물원의 오랜 적폐를 답습하고 있다. 그나마도 지자체 대부분이 검사관 제도를 이용하지 않고 있고, 검사관이 현장을 점검하더라도 실제 시정까지 이어지기 어려운 한계가 있어 효용성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동물원 업계 입장을 대변하는 검사관 자질 문제를 해결하고, 적합한 인물이 본연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구조적 한계도 개선해야 한다. 이러한 개편을 선행하지 않는 한, 단순한 인원 확대는 보여주기식 숫자 늘리기에 불과하다. 

 

우수 동물원 제보·홍보: 현실을 도외시하는 탁상행정

무엇보다 황당한 대목은 국민들로부터 ‘우수 동물원’을 제보받아 이를 정부 차원에서 홍보하겠다는 계획이다. 지금 한국 사회에 정부가 앞장서 홍보할 만큼 모범적인 동물원이 과연 몇이나 있는가. 현실은 그 반대에 가깝다. 열악한 시설과 부실한 감독, 반복되는 사고와 불법 행위조차 제대로 단속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정부가 할 일이 ‘우수 동물원 찾기’라는 발상은 한가하기 짝이 없다. 

지난 3월 9일 국회에서 열린 ‘동물원 개선 방향 모색을 위한 토론회’에서 정부는 지자체 관리·감독 강화 방안으로 불법행위를 신고할 수 있는 콜센터 운영을 고려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처럼 규정을 위반하고 동물에게 고통을 초래하는 불량 동물원 제보를 받아도 모자란 현실에서 ‘우수 동물원’ 홍보 계획은 진지한 동물 복지 개선이 아니라 인기에 영합하는 동물원을 길러낼 공산이 크다. 정부가 진짜 해야할 일은, 현장에서 발생하는 문제점을 신속히 포착하여 조치할 수 있도록 시민 감시단을 조직하고, 불량 동물원 제보 창구를 개설하는 것이다. 


 

늑구 탈출을 계기로 드러난 사회적 요구는, 사라져야 마땅한 부실 동물원이 연명하도록 돕는 것이 아니다. 정부는 확고한 동물복지 기준을 세워 기준 미달 시설을 법에 따라 단호하게 퇴출해야 한다. 한정된 자원은 동물 전시 산업의 육성에 쓸 것이 아니라 동물원의 폐쇄 이후 불거질 동물복지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 투입해야 한다. 상업적 오락 시설인 민영 동물원은 단계적으로 정리하고, 공영 동물원은 지자체의 주먹구구식 관리 체계를 혁신하여 전문성과 공공성을 강화할 수 있는 체계로 전면 개편해야 한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본질적 문제를 호도하는 이번 대책안을 전면 재검토하라. 정부는 우리 사회에 동물전시시설이 존재하는 이유를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동물원에서 반복적으로 제기되는 문제에 대해 시대에 부합하는 근본적 대책 마련을 강력히 촉구한다. 


 

2026년 4월 24일

곰보금자리프로젝트, 더 레스큐, 동물과함께행복한세상, 동물권단체 하이,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동물자유연대, 레스큐 비욘드, 사단법인 길냥이와 동고동락, 한국고양이보호협회(총9개 단체, 가나다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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