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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양완료★짧은 줄에 묶인 채 쥐잡이 고양이로 살아간다는 것

by 고보협 posted Jul 20,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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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줄에 묶인 채
쥐잡이 고양이로 살아간다는 것

 

 

 

 

 

글·사진 한국고양이보호협회 박선미

 

 

 

 

 

안녕하새오. 저는 까망이애오.
울 엄마는 시장통 한편에서 새끼를 낳는 ‘새끼치기 고냥이’래요. 엄마는 우리를 낳고 쉬지도 못한 채 늘 불안해했어요. 이번이 네 번째 출산인데 그간 낳은 족족 다 오천 원에 팔려갔대요. 귀도 서기 전에, 눈도 뜨기 전에요…. 저도 엄마 젖 더 먹고 꾹꾹이도 하고 싶은데, 어느 날 한 아주머니 손에 쥐어진 채 대롱대롱 매달려 어딘가로 오게 되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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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 고양이 까망이의 일기
제가 도착한 곳은 식당이래요. 가게에서 쥐를 잡아야 한다고 식당에 왔어요. 아직 전 엄마 젖 먹어야 하는데… 여기선 식은 나물, 밥이 제 몫인가 봐요. 식당에는 쥐가 많다는데, 전 저보다 몸집 큰 쥐들이 무서워요. 엄마, 형아랑 동생들도 보고 싶고요….

 

 


어느 날은 가게 문이 열려서 엄마 찾으러 밖으로 뛰어나갔는데, 갑자기 온몸을 움직일 수 없고 팔이 접힌 채로 어딘가에 붙어버렸어요. 끈끈이라는 거라는데, 이대로 팔이 떨어져 나가는 줄 알았어요. 그날 밤에 맘 좋은 캣맘 언니야가 인터넷에서 찾아봤다며 몸에 기름을 발라 없애주긴 했지만 너무 무섭고 아파 눈물만 났어요. 사실 저와 함께 팔려왔던 제 형제는 며칠 전 농약이란 걸 잘못 먹고 소각장이란 곳에서 태워졌대요… 식당 사장님이 얘기하는 걸 들었는데 뭔지 몰라도 엄청 무서운 거라는 걸 느낄 수 있었어요. 그 뒤로는 나가면 안 된다고 짧은 줄로 식탁 다리에 묶였어요. 쥐잡이 고양이라고 고양이 소리 내야 한다며 아줌마가 막 꼬집고 흔들어요. 어지럽고 엄마 보고 싶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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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들이 그래도 햄도 주고 소시지도 줘요. 저도 몸집이 제법 커져서 묶인 줄을 잘근잘근 끊었어요. 딱 끊어지는 순간! 엄마 만나러 뛰었어요. 한참을 뛰었어요. 앞으로 앞으로, 멀리멀리…. 하지만 뛰어도 멀리 못 가 다시 잡혀 왔어요. 일부 손님들이 싫어한다고 낮에는 연탄창고에 갇혀 있었는데, 창문이 보이는 연탄 맨 꼭대기로 올라가다가 퍽 소리와 함께 제 몸이 바닥으로 떨어졌어요. 그런데 이상하게 또 몸이 안 움직여요. 예전 끈끈이 때랑은 다른 것 같은데, 몸에 힘이 안 들어가요.

 

 


다음날 끈끈이 떼어준 맘 좋은 캣맘이라는 분이 제가 다친 소식을 듣고 와서 막 아줌마랑 싸웠어요. 병원이란 곳을 가야 한다는데, 가게 아줌마가… 세 발 병신이어도 소리만 낼 수 있으면 쥐 잡을 수 있다고 안 된대요. 캣맘 언니야가 엑스레이만 찍고 다시 데리고 오겠다며 사정사정해서 병원에 올 수 있었어요.

 

 

 

 

 

병원에 도착한 저는 난생처음 맛난 사료도 먹고 캔이라는 것도 먹었어요. 이거 몰래 챙겨서 엄마 줄 거예요. 근데 자꾸 다 먹게 돼요… 너무 맛나서 자꾸 먹게 돼요. 엄마 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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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레이 찍으면 맛난 거 또 준다 해서 얌전히 있었어요. 마취 안 해도 얌전하다고 저보고 ‘순둥이’래요. 그나저나 엑스레이 찍은 원장님이 제 뼈가 엿가락 부러지듯 완전 동강 부러졌대요. 지금 수술 안 하면 걸을 수도 없고 통증이 계속 심해질 거래요. 저를 병원에 데려다준 캣맘 언니가 또 식당 아주머니랑 울면서 싸웠어요. 다행히 한국고양이보호협회에 도움 요청을 해서 저를 도와주게 됐대요. 언니가 ‘까망아, 걱정하지 마’ 하는데 너무 무서워요….

 

 


저 돌아가기 싫어요. 매일 남은 짠 음식 먹기 싫어요. 짧은 줄에 묶여서 우다다 못해서 싫어요. 저 좀 도와주세요… 착하게 지낼게요. 저 열심히 밥도 잘 먹고 힘도 세지면 시장에 있는 우리 엄마랑 동생들 다 데려올 거예요. 슈퍼 히어로가 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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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마 돌려보낼 수 없는, 까망이
고보협 협력병원에 도착한 까망이를 처음 본 날, 부엉이처럼 큰 눈망울에 두려움이 가득 담겨 있는 눈빛을 잊을 수가 없었다. 고작 4, 5개월 된 까망이의 짧은 묘생을 들으며 이 갖가지 역경과 고통 속에서도 어찌 이리 예쁜 모습을 가지고 있을까 싶었다. 사람이라면 이내 포기했을 수도, 또 세상에 대한 원망이 가득할 수도 있을 텐데 입원실에 있는 까망이는 우릴 쳐다보며 그 작은 고사리 같은 손으로 가만히 꾹꾹이를 하고 있었다. 아직 사람의 따뜻한 손길이 낯선지, 내내 눈치를 보더니 천천히 쓰다듬어주자 자기 의지와 상관없이 터져 나오는 골골송에 놀라는 듯했다.

 

 


입원실의 다른 고양이들은 여기가 너무 싫다는 표정으로 앉아 있는데, 까망이는 이곳이 낙원이로구나 하는 표정으로 그루밍도 하고 혼자 꼬리잡기도 하며 신이 났다. 난생처음 만끽하는 여유인 것이다. 이제 2차 수술과 힘든 재활이 남아있는데, 한편으로는 아직도 까망이의 소유주라 주장하는 식당 부부와의 해결도 문제다. 어제도 한차례 거센 항의와 소유권 주장을 해왔는데, 이제야 평화로움을 만끽하는 까망이를 그곳으로 차마 보낼 수가 없다.

 

 


요새 티비에서 계속 터지는 아동학대 사건을 보면 내가 현장에서 자주 접하는 동물 학대 사건들과 많이 흡사하다. 요새 피난권이란 제도가 조명받는데 아무리 굶기고 때리고 학대해도 부모, 주인이라는 관계 속에 있는 한 구출을 해도 학대자가 소유권을 주장하면 다시 돌아가야 하는 실효성 없는 제도다. 주변에서 신고를 해봤자 사건을 축소하거나 훈방으로 끝나버린다. 결국 죽음이란 고통까지 이르러서야 심각성을 아는 사회도 바뀌어야 한다. 또한, 환경적인 학대 역시 동물학대라는 인식이 필요하다. 현재 까망이 사건은 대한민국의 ‘쥐잡이 고양이’, 그리고 짧은 줄에 묶여 평생 산책 한 번 못하고 음식쓰레기를 먹으며 사는 ‘집 지키는 개’ 등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계속되는 까망이 소유권 문제의 해결이 남아 있지만 우리는 까망이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더불어 제2의 까망이가 생기지 않도록 이 세상 어린이와 동물들이 행복한 세상이 오기를 바란다. “꽃으로도 아이를 때리지 말라”는 격언처럼 어린아이들과 동물들은 우리가 보살펴 주고 함께해야 할 대상이다.

 

 

 

 

 

 

 

 

까망이는 쿠로로 개명하여 현재 임보처에서 씩씩하게 지내고 있습니다.
입양을 원하시는 분은 자기소개서를 작성하시어
ilovecat2005@hanmail.net로 연락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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