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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랑아 내일 밥먹으러 와...

by 숲에서 posted May 24,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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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10월 

곧 새끼를 낳을 듯 배가 부른 노랑이가

오른쪽 허벅지 위에  오백원짜리 동전만한 상처가 있었다.

갖고 다니던 항생제를  닭고기에 섞어 먹이고,

대수로이 여기지 않은채  다른 아이들에게 밥을 주러 갔다.

 

2010년 12월  부터  이듬해 2월말까지

한달쯤 안보이던 노랑이가,

오른쪽 하반신  털가죽이 떨어져 나가고  뻘건 살을 드러낸채 새끼를 낳아 키우던 굴에서 발견됬다.

119의 도움을 빌리고,

마지막으로 낳은 새끼까지 동원해서 녀석을 잡으려 애써봤지만

오히려 녀석은 굴속 깊히 들어가  밥까지 거부했다.

그무렵  노랑이의 새끼 "머루"가  새끼인 "앵두"를 데리고  먹을 것을 물어 나르던 일화는

저 아래 어딘가에 적혀 있을 것이다.

 

 

2011년 3월 6일  오후 

어딘가에서 죽었으려니...

오른쪽 허리부터 허벅지 발가락 까지 썩은 상태,   눈까지 고름이 굳어 보이지 않는 몸으로

나의 발자국 소리에  " 노랑이 " 가  나타났다.

입고 있던 옷을 벗어  그대로  아이를 싸안고  근처 병원으로 갔다.

"포기하세요.  시간도 많이 걸리겠지만 그비용이면 다른 아이들 몇년간 먹일 사료값입니다 "

 

3월 7일

유석병원을 찾아가

" 노랑이좀  살려보려고 찾아 왔습니다"

...

" 예, 두고 가세요.  시간이 많이 걸리겠지만,  살릴 수 있을 겁니다:"

 

 

5월21일

유석병원 선생님들의  의술과,  정성과,  사랑으로

노랑이는  오히려 아프기 전보다  더 예뻐진 모습으로 퇴원을 했다.

 

5월 22일, 23일

날 잊었겠지...

사납게 구는 노랑이를 큰 새장에서  이동장으로 옮겨,  

원래 살던 곳 햇볕 좋은 자리에  작은 새장을 놓고, 

그 작은 새장에  옮겨 넣어서 일광욕을 시키고..   이 작업이 4시간씩 걸렸다.

일광욕을 하는 동안  노랑이의 어미,  새끼,  손자들이  다녀갔지만

그 누구도 노랑이를,  서로를 알아 보지 못했다.

 

5월 24일

일광욕을 시키는데 

한동안 뜸했던  "홍금보"가 나타났다.

철장안의 노랑이 앞에서  발라당을!

철장안의 노랑이도  코를 비비며  발라당을!

노랑이와,  홍금보가   한배의  남매였다는 사실이 그제서야 생각나다니!!

난,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철장문을 열어 주었다.

둘이는  그렇게  한참을 냄새를 맡고  서로 몸을 핥고  발라당을 하고......

아마 지금도  그러고 있을것 같다.

한참을  갸들을  보다가   돌아 서는데

코피가 툭 터지네...

  " 홍금보야  노랑이 잘 지켜줘야 해 "

  " 노랑아  내일부터  밥먹으로 또 오너라 "

 

 

저는 당분간 앓게 될것 같습니다.

이번엔  제 이마를 열심히 핥아주는  아이들의 정성도 효험이 없을것 같아요.

 

유석병원의  선생님들은

명의를 넘어서  허준 같은 분들이시더군요.

저도 이참에  유석병원에 입원하고 싶어집니다.

 

 

<<다음에 사진 몇장 더 간추려서 올리겠습니다>>1.jpg 2.jpg 4.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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