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중

입원 일주일 째, 앞으로 3주 더 입원해야하는 타이탄 소식입니다.

by 아몬드 posted May 14,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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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랜만에 글 올리는 아몬드입니다.

재작년에는 이맘쯤 '타이거'라는 아이를 구조, 치료했었는데요 이번에는 '타이탄'이라는 아이를 구조, 치료하게 되었습니다. 타이거와 타이탄. 왠지 이름이 비슷하단 생각이 드시지요?

타이탄은 타이거의 입양처가 결정되었을 때 혜성처럼(!) 등장한 아이인데요, 생김새나 성격이 아주 닮아서 제가 이름을 

비슷하게 지었답니다. 제 가족도 둘은 분명히 혈연관계일 것이다 하고 있어요. 느긋하고 순한 성격, 큰 덩치와 왕성한 식욕, 털 무늬와 생김새가 참 많이 닮았어요. 

2년 전, 타이거 입양처가 결정되고 괜한 섭섭함에 밖에 나가 마냥 서 있는데 타이거와 똑닮은 아이가 슬렁슬렁 걸어와 

급식소에서 밥을 먹더라고요. 그게 타이탄과의 첫 만남이었습니다. 

처음에는 타이거와 너무 닮아서 임보자께 타이거가 집에서 나온 건 아닌지 확인 전화까지 하는 소동이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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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년 4월, 임보처에서 애교부리던 타이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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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년 여름, 마당에서 늘어지게 자던 타이탄.



타이탄은 첫 만남부터 저를 전혀 낯설어 하지 않고 마치 어제 본 사이처럼 친근하게 굴어서 타이거를 입양 보내고

허전한 제 마음을 많이 치유해줬습니다. 워낙 붙임성이 좋은데다 타이거와 생김새며 성격까지 비슷해서 제가 각별히

보살피고 있는 아이예요. 작년 여름부터는 건물 지하에 보금자리를 마련해줬는데 매일 있지는 않고 2주 머물면

일주일은 다른 곳에 가 있고- 그러는 것 같더라고요.


지난 4월 말에도 일주일 동안 안 보이기에 이번에도 어디 다녀오나 하며 걱정스런 마음을 누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5월 7일 새벽 1시, 왠지 모르게 밖에 나가 아이가 왔나 확인해보고 싶은 거예요. 그래서 내려갔더니

제 발소리를 듣고 아이가 지하에서 울더군요. 평소에는 눈치가 빠른 애라 조용한 새벽에는 아주 낮은 소리로

울거든요. 그리고 바로 밖으로 나오는데 그날따라 아주 크게 지하에서 계속 우는 거예요.


그래서 이상하다 싶어 내려갔더니 오른쪽 뺨에는 큰 상처가 있고 뒷발은 퉁퉁 부어있고 골반은 뒤틀려있었어요.

뒷다리에 힘을 주는 게 힘든지 좌우로 뒷다리가 흔들리는데 너무 너무 놀라고 무서워서 아이를 안고 건물 밖으로 나와

살펴봤어요. 며칠을 굶었는지 배가 홀쭉해서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데 저를 보고 반갑다고 밥 달라고 야옹거리니까

눈물이 막 쏟아지더라고요. 어디서 다친건지 그런 몸을 이끌고 지하 보금자리로 와준 아이가 기특하고 애처로워서요.

급한대로 남아있던 항생제를 주고 통조림하고 물을 줬습니다. 어찌나 달게 먹고 마시던지요. 

새벽이 참 길더라고요. 지하로 집으로 왔다갔다 하며 아이 상태를 체크하며 밤을 샜습니다.


그리고 날이 밝아 감자칩님께 병원으로 이동해도 좋다는 연락을 받고 재빨리 이동을 했어요.

검사 결과 오른쪽 고관절이 부러지고 전신에 걸쳐 군데군데 골절되었단 진단을 받았습니다.

오른쪽 뺨의 상처는 입원한 다음 날 봉합수술을 했어요. 상처의 깊이보다는 농이 많이 차서 뺨 안팎으로 농을 빼고

봉합하느라 수술시간이 1시간 정도로, 예상했던 시간보다 길어졌다고 선생님께서 연락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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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월 7일 병원 진료실에서. 

  병원가기 전에 물을 엄청 달게 마시더니 병원 도착해서 긴장했는지 쉬야를 거하게 하고 말았어요.

  난생 처음 산과 들, 친구들에게서 떨어져 낯선 곳에 와서 그런지 많이 불안해하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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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월 7일 입원실에 들어간 타이탄. 

 


또 부러진 부위가 사람에게나 동물에게나 중요한 부위인 고관절이기 때문에 최소한 한 달, 넉넉하게 두 달은 입원해야 

한다고 그러시더군요. 다른 수치는 괜찮은데 뼈가 붙어야 다닐 수 있으니 장기 입원이 불가피할 것 같아요.

봉합 수술하는 날 보러 가고, 토요일에도 보러 가고 조금 전 병원에 연락해서 잘 지내는지 물었더니 설사를 해서

지켜보고 있다 하시더라고요. 어서 맛동산 생산을 했으면 좋겠어요. 


상처 부위에 대해서는 무언가 커다란 삽 같은데 맞은 것 같다, 영역다툼을 하다 높은 곳에서 떨어졌는데 그 주위에 있던 

무거운 물건이 같이 떨어져서 부상당한 것 같다, 자동차 아래 앉아있다가 후진하는 차에 살짝 깔린 것 같다 등 선생님마다 

추측을 해주셨는데, 어찌된 건지는 타이탄만이 알겠죠. 정말이지 정확히 알아내줄수만 있다면 애니멀 커뮤니케이터에게 

의뢰하고 싶은 심정이에요.


저희 타이탄 씩씩하게 장기입원 생활 해낼 수 있도록 응원 부탁드려요.

사정이 여의치 않아 협회 활동을 활발하게 못하는 편인데 매번 큰 도움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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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래봬도 동네 대장. 시크한 표정이 매력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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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만 애교도 만점인 타이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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