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후생활

눈하나 잃고 입천장은 벌어져 봉합불가능이던 분당나비 소식입니다.

by 알하리페 posted Nov 28,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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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첫번째 티앤알냥이라 항상 짠하던, 우리 가족 발소리 차소리를 몇년째 스토킹하던 길아이 나비이야기예요.

한달가량 집을 비운 사이 아이가 안보인다는 소식에 나쁜 일은 안당했을거라 위안했지만 밤마다 찾아 헤매던 아이가 약 한달반만에 처참한 꼴로 나타났어요.

제 발소리를 알아듣자 마자 미친듯이 울어대더니..그렇게 서러운 울음 소리는 정말 처음 들어봤던 터에..아이 꼴을 확인 한 순간..정말 같이 누워 통곡했어요.ㅜㅜ

눈하나가 엉망인데다 너무 말라서 반쪽이 되었고..얼굴에는 커다란 상처..ㅜㅜ

손에 잡히지 않고 차 아래로만 다니는데다 먹지를 못해서 먹을걸로 유인도 안되고, 통덫은 근처에도 가질 않고..

구조 경험이 풍부한 누구에게 물어봐도 난감하다고 하더라구요.
119에서도 한번 출동해 주셨는데 실패.
육일동안 초죽음이 되도록 가슴을 졸였어요.

그러다 신윤숙님의 연결로 CARA에서 특별한 포획도구를 빌리게 되어 드디어 구조 성공!

목동 하니병원에서 33일간 입원하고 구개열 수술 두번과 안구 적출술을 받고 퇴원했어요.

구개열 파열은...결국 봉합이 안되고 더 이상의 수술은 무의미하다고..ㅜㅜ
나비는 평생 고운 주식캔만 먹고 살아야해요..

천식이 심해 대학병원에서 치료받고 있는 남편에겐 말도 못하고, 나비를 퇴원시켜 집에 격리시켜 놓았는데 마음이 조마조마..

주말에 나비를 발견한 남편은 그냥 나비 왔냐고..한마디만 하더라구요.
이미 마음의 준비를 했던 모양이어요ㅜㅜ
얼마나 미안하고 고맙던지..ㅜㅜ

그렇게 퇴원해 열흘동안..
잘 먹지 못하고 열도 오르락 내리락 하며 힘들어 하던 아이가..입원기간 내내 하악질과 으르릉 소리만 들려주던 아이가..

홍선생님..
집에 적응이나 할 수 있을까, 손을 조금이라도 탈 수 있을까 걱정했던 나비가..
부비적을 해요.ㅜㅜ

손을 안타도 좋고 눈하나가 없어도 좋고 펑생 캔만 먹어도 내 옆에서 마지막을 보낼 수 있다면 좋다고 생각했던 아이가..
온몸을 던져 부비적을 하고 얼굴을 마주대 옵니다.
작은 솜방망이로 꾹꾹이도 하구요.

아마도 어린시절 집에서 살았던 아이인 모양이어요.
그동안 길생활이 얼마나 고달팠을지..
뼈만 남은 몸을 쓰다듬으면서 너무 미안했습니다.

이 꼴이 된 후에야 손을 내밀어 미안하고..
예쁘던 초록눈이 엉망이 되고 포동하던 몸이 가시처럼
말라서라도 내게 돌아온 우리 아가가 너무 고마왔구요.

포회할때 같이 걱정해준 아톰네님.
포획틀 섭외에 도움을 준 신윤숙님.
포획후 통덫으로 옮길때 멀리서 한달음에 달려와준 으나님.
병원에 바로 연락해준 감자칲님.
그리고 치료과정내내 연락주시고 치료비를 대폭 할인해주신 하니병원 홍선생님.

모두 너무 감사합니다.

나비는 이제 제 아홉째로 같이 살려구요.

어떤 모습이건 저와 제 가족들에게는 가장 사랑스럽고 애틋한 아이일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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