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보협구조

[고보협 구조] 남양주 공장에 폐업하며 버려진 '별내'를 도와달라는 필리핀 사람 에릭님의 사연입니다. 감동의 우정+묘연 이야기

by 고보협 posted Mar 17,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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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보협으로 도움 요청의 전화가 한통이 왔습니다.

처음에는 장난 전화인가 싶었습니다.

 

어눌한 말투로 " 여보쎄요.. 도와주세요.. 별내 아파.. 별내 와 여기 와 "

 

협회 구조 요청 상담중 초등학생 어린이 친구들에 제보도 많지만 사실 반 이상이 장난 전화입니다.

장난꾸러기 학생이 전화 하는줄 알았는데 사실 한국말이 서투른 외국인이었습니다.

 

천천히 주변에 통화 가능한 한국사람이 있는지를 물어보았고 인근 식당 아주머니의 전화 연결로

지역과 제보 내용을 들을수 있었습니다.

 

남양주 별내면에 있는 공장이 문을 닫으며 그 공장에서 일을 하던 필리핀 외국인 근로자분들도 다른 공장이나 고향으로

흩어지게 되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전화를 주신 에릭씨는 공장 기숙사에서 함께 지내던 '별내' 때문에

전기와 수도가 끊긴지가 오래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별내를 돌보기 위해 계속 기숙사에 있었다 합니다.

 

별내는 어느날 공장 근처에 차를 타고 온 외지인들이 버려놓고 간 고양이라고 합니다.

에릭씨는 고향에서 돌보던 길고양이 친구들을 생각하며 동료들과 함께 기숙사에서 몰래 별내를 반려했다고 합니다.

에릭씨는 고된 하루가 끝나고 기숙사에 돌아왔을때 부비 부비 하며 꾹꾹이 안마해주는 별내 덕분에 타지 생활을 이겨낼수

있었고 같이 공장에서 일하는 친구들과 고향에 부치고 남은 용돈에서 조금씩 돈을 걷어 별내 사료 만큼은

동물병원에서 엄지 손가락을 치켜 세우며 " 우리 별내 밥 제일 조은컷 주세요 " 라고 말하며 사서 먹였다고 합니다.

 

같은 기숙사 친구들도 별내의 부비 부비하는 애교로부터 받는 힐링과 위로가 매우 컸기에 서로 서로 잘 숨겨가며 기숙사에 걸리지 않고 키울수 있었다 합니다.

 

식당에서 맛난 생선구이가 나오면 꼭 예쁘게 살을 발라 먹였을 정도로 에릭씨와 별내의 우정은 깊었다 합니다.

하지만 공장이 망하고 전기도 들어오지 않는 기숙사에서는 오래 버틸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추운 날씨로 인해 별내가 재채기를 하고 또 어느 순간 부터 별내 엉덩이에서 피와 고름이 나오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에릭씨는 자기가 할수 있는 것은 영양식이라도 챙겨 먹이는 것뿐이라는 생각에 멀리 떨어진 옆동네 공장까지

한참을 걸어가 공장 식당에서 고기와 생선을 겨우 겨우 얻어 먹이곤 했다 합니다.

 

이제 수중에 돈도 떨어지고 사료조차 맘껏 먹일 수 없었던 그간 사정을 서투룬 한국말로 전하였지만

알아듣지 못하는 말 속에서 그간 설움과 힘겨움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라도 에릭씨는 별내를 지키고 싶었던 것을 ....

 

5.jpg

 

협회가 도착했을때 별내는 고보협에서 준비한 사료에 정신을 잃고 허겁지겁 먹기 시작했습니다.

 

6.jpg

 

기숙사는 이미 폐가로 바뀌었고 쓰레기 더미에서 그렇게 별내와 에릭씨는 서로 함께 의지하며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소중한 친구 별내의 아픔은 에릭씨에겐 큰 슬픔이었고 별내를 위해 이곳 저곳 돌아다니며 한국사람만 보면

고양이가 아플때 도와주는 곳을 물어 물어 한국고양이보호협회를 알게 되었다 합니다.

 

2.jpg

 

고보협에서 현장에 방문했을때 별내는 이미 많이 아픈 모습이었습니다.

콧등까지 눈물이 굳어져 있었고 엉덩이에서 악취가 나고 있었습니다.

 

그런 자기를 치료해주려고 온 것인데 예전의 버려진 경험이었을까..

별내는 이동장을 보고는 계속 하악질을 하며 엄청나게 경계를 했습니다.

 

에릭씨가 " 별내 하지마.. 하지마.. 이리와.." 하며 달래니 한참을 에릭씨 품에서 끼융 끼융 울던 별내. 

서러웠던 것을 하소연 하듯 품에서 부비 부비를 하며 떨어지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치료가 시급한 상태이기에 별내를 이동장에 넣고 급히 협력병원으로 이동하게 되었습니다.

차에 타고 뒤를 바라보니 에릭씨는 출발하는 차를 한참동안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그 모습이 작은 점으로 변할 때까지 별내에게 창 너머로 에릭씨를 보여주었습니다.

 

병원에 도착한 별내는 자궁의 반이 이미 고름으로 차 썩고 있었습니다.

에릭씨가 말한 별내 엉덩이의 이상한 냄새는 축농증으로 인한 피고름 냄새였습니다.

 

아마도 별내는 공장지대에 버려지기 이전 새끼도 많이 낳고 전 주인이 중성화비용의 부담으로

버린 것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원래는 이렇게 자궁축농증이 심하면 빈혈이 동반되지만 다른 공장 식당까지

한참을 걸어가 고기를 얻어먹이는 등 에릭씨의 정성 덕분에 바로 수술을 할 수 있는 상태였습니다.

 

수술 후 제거된 자궁의 모습은 변형과 고름이 가득 찬 모습이었습니다.

 

에릭씨는 동네 식당 아주머니 전화를 빌려 쓰기 위해 하루에도 몇번씩 먼 거리를 걸어 우리에게 전화를 하곤 했습니다.

그리고 식당 손님분중 마침 영상 통화가 되는 전화기가 있으신 손님께 양해를 구하고 별내와 에릭씨의

안부 영상 통화를 하게 되었습니다.

 

8.jpg

(영상 통화 중 별내)

 

 

정말 삶은.. 세상은.. 한편의 영화일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흔들리는 화면속에도 별내 눈에는 그 사람이 대번 에릭씨인걸 알았나 봅니다.

 

그렇게 입원 내내 등 돌리고 웅크리고 있던 별내는 아웅 아웅 소리 내며 울기 시작했고

에릭씨는 우리가 알아듣지 못하는 말로 흐느끼며 말하였습니다.

 

9.jpg

 

알아듣지 못하였지만 그 말이 분명...

" 아프지마.. 건강해야해.." 라는 말이란걸 알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보는 이들을 가슴 아프게 한 에릭씨와 별내의 우정은 에릭씨께서 다른 지역으로 일을 하기위해 떠나 

이별로 끝이 났지만 꼭 꼭 휴가가 있다면 서울에 올일이 있다면 별내를 보러 꼭 오라며  협회 번호를 알려주었습니다.

 

그리고 참으로 궁금했던 에릭씨가 흐느끼며 말하던 마할.. 마할끼다...

 

사무실로 복귀 후 검색해보니.. 사랑한다라는 말임에.. 모두가 숙연해졌습니다..

우리 모두가 길고양이와의 묘연과 교감으로 그 마음을 알기에 마지막까지도 별내를 위해

애를 쓰던 에릭씨의 이야기와 감동을 전합니다...

 

별내는 현재 퇴원후 임보처에서 쉬고 있습니다.

입양을 추진할 예정입니다. 에릭씨의 마지막 소망처럼 별내가 행복하기를 바래봅니다...

 

                                                       

                 

                                                               고보협로고.jpg

 근황업데이트(먹는거에 집착이 많아짐)

CAM00633.jpgCAM00637.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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