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1503[일하는 고양이 취재기] 고보협 사무국장 율무 냥님

by 고보협 posted Mar 29, 2015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ESC닫기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일하는 고양이 취재기 세 번째. 율무 냥님



 율무카드.jpg

감자칩 대표 바로 옆이 율무국장의 자리다. 자리는 협회 사무실이 한 눈에 보이는 명당이다. 율무 는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집무용 의자로 제공 받은 소파형 스크래쳐 위에서 보낸다.

DSC01492.JPG

KOPC reporter: 안녕하세요. 율무님. 저 왔습니다. 요즘 건강이 좋지 않다고 들었는데, 좀 괜찮으신지요. 
Yulmoo: 감자칩님 덕분에 많이 좋아졌다옹. 병원 치료도 받고 지어온 약도 먹고 했더니 괜찮아졌다옹. 
KOPC reporter: 다행입니다. 어디가 어떻게 안좋으신지요. 
Yulmoo: 치주염이 심하다옹. 길 생활을 하는 동안 워낙 주린 배를 채우는 데 급급했더니 건강이 나빠지는 것도 몰랐다옹. 생명에 위협을 느끼지도 않고 매일 맛난 사료도 양것 먹을 수 있는 안정된 생활을 하니까 진짜 아픈 곳들이 하나 둘 튀어 나오더라옹. 한 번씩 이렇게 아픈 곳들이 올라온다옹.  
KOPC reporter: 율무님은 치아가 좋지 않으셨나봐요. 
지난 날을 회상하듯 잠시 눈을  감았다가 가늘게 실눈을 뜨더니 이내 입을 연다. 
Yulmoo: 길고양이들이 자주 걸리는 질환 중 하나가 치주염이라옹. 주로 음식물 쓰레기를 주로 먹으며 연명하다 보니 치아와 잇몸이 금방 망가진다옹. 침을 질질 흘리는 고양이를 본 적 있냐옹? 치주염에 걸리면 그런 증상을 보인다옹. 잇몸이 벌겋게 붓다가 피가 나고 고름이 차는데 그 고통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옹. 보는 이가 다 고통이 느껴질 정도라옹.  
 KOPC reporter: 본 적 있어요.... 이 글 읽는 전국의 많은 캣맘 분들이..., 또 마음 아파할 것 같습니다. 화제를 좀 바꿔보겠습니다. 도대체 어떤 마음으로 혈혈단신 협회 사무실까지 들어오셨던 건지 오래 전부터 무척 궁금했습니다. 어디에서 그런 용기가 나왔는지요. 
Yulmoo: 다른 것 없었다옹. 감자칩, 하나만 봤다옹. 그토록 내게 살갗게 말을 걸어오고 따뜻한 눈빛을 보내온 인간은 없었다옹. 올해 신년인사에도 밝혔듯 내 남은 여생을 함께 해도 되겠다는 확신이 들었다옹. 

 KOPC reporter: 하루 종일 감자칩님만 바라 보고 있었다고 들었어요. 출퇴근 시간, 외근 시간, 건물 내 움직이는 동선을 정확히 파악하시며 조금씩 거리를 좁히셨다고요. 대단한 총기와 인내였다고 생각합니다. 이 동네 기운이 그리 다정하지 않던데, 다른 인간들이 무섭지는 않았는지요.  

율무복도.jpg

 Yulmoo: 왜 안 무서웠겠냐옹~.  인생은 ‘찬스’라옹. 


인 생 은  chance


KOPC report: 잘 알겠습니다, 율무님. 그나저나 길 생활하시며 그렇게 소리를 지르고 다니셨다고요. 왜 그러셨던 것인지....

 Yulmoo: 꼬물이 때는 뭐든 다 이쁘지.... 그래, 나도 그 귀여움에 누군가의 손에 의해 길러졌다옹. 그런데 어느날 날 예뻐하며 밥을 주던 그들이 안보이더라옹. 어디 내가 사냥이나 해봤겠냐옹. 어디 내 바운더리(영역)나 제대로 있었겠냐옹. 우리 고양이들도 인간과 다를 게 없다옹. 내가 버렸다는 사실을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옹. 

우리 고양이들을 싫어하는 인간무리가 무섭게 위협을 가하지, 힘 쎈 고양이들에게 치이지, 배는 고프지, 그렇지만 먹을 건 없지.... 무엇보다 내가 믿고 의지했던 이로부터 버려졌다는 건 너무도 큰 상처였다옹. 엉킨 실타래처럼 꼬여버린 내 인생을 날 것 그대로 받아들이기가 너무도 힘이 들었다옹. 울지 않고선 하루도 도저히 견딜 수가 없었다옹. 더 정확히 말하자면 난 구조의 손길을 필요했던 것이라옹. 그렇지만 정신적 충격 때문에 난 나를 구원해줄 인간에게 가까이 갈 수도, 가지 않을 수도 없는 고양이가 되어버렸다옹. 그렇게 집고양이로도 길고양이로도 살아갈 수 없는 바보 고양이가 되어 버린 것이라옹. 차라리 처음부터 날 거두지나 말지.... 

KOPC report: 그런 힘든 시절이 있으셨군요. 차고 넘치는 감자칩님의 고양이 사랑이 율무님의 마음을 녹였던 것이로군요. 

Yulmoo: 그렇다옹. 내 귀인을 만난 것이라옹.  

IMG_6992.jpg

KOPC report:  감자칩님의 그런 따뜻한 마음을 좋아하는 팬들이 많으십니다. 고양이 대표로서의 역량도 뛰어나시다고 들었어요. 통덫 불량률을 체크하시다 너무 과로한 나머지 그 자리에서 주무신 일도 있었다고요. 협회 내에서의 국장님에 대한 업무평가는 어떠한지 아톰님에게 여쭤봤습니다. 그랬더니 감히  율무님을 평가한다는 게 송구스럽지만 그래도 굳이 평가해본다면 A+++가 아깝지 않다고 했습니다.  

 ㄴ2.jpg

Yulmoo: 뭐 그 정도 가지고... 내 아무리 아파도 통덫 검수를 할 때는 병가도 내지 않는다옹. 이 통덫이 귀한 고양이 목숨을 살려내는 것 아니겠냐옹. 어디 불량이라도 나서 구조라도 실패하면 죄책감에 죽을 때 제대로 눈도 감지 못할 것 같다옹. 길고양이 생활이 얼마나 힘겨운지 누구보다 내가 잘 알고 있다옹. 얼마나 많은 고양이가 인간의 도움을 필요로 하고 있는지도 잘 알고 있다옹. 이 통덫은 그런 고양이들에게 생명줄과도 같다옹. 협회에 발을 내딛은 순간 나 또한  길고양이 보호라는 협회의 대의명분에 동참하기로 결심 했다옹.  
KOPC report: 근성과 기질이 느껴집니다. 방금 인사하고 나가신 분이 옆 사무실의 사장님이 맞죠? 이 분들과의 친분도 두터우시다고요. 대부분의 한국의 나이 드신 분들은 고양이 안티가 많던데....
Yulmoo: 맞다옹. 고보협 덕에 고양이의 매력을 알게 된 거지. 고양이를 이렇게 가까이 보는 게 처음이라고 하더라옹. 고양이는 인간 몰래 숨어 살며 해코지나 하는 동물인줄 알았다고 하더라옹. 반려동물로서 이렇게 사랑스러울 줄 몰랐다고 하더라옹. 지금은 한 회사 사람처럼 매일 인사도 나누고 종종 잡담도 나눈다옹. 텔레비전에서 고양이 관련 뉴스가 나오면 꼭 오셔 그날의 화제로 삼는다옹. 그만큼 관심이 많아졌다는 거지.... 어디 사람이 나이 60이 넘어서 변하나, 안변하지.... 그런데 나나 흑토, 별내, 히로 그리고 운영진들을 보면서 바뀐거라옹.



 대 의 ( 大義 )



KOPC reporter: 제가 다 감격스럽니다. 대표님의 2014년도 근로 계약서를 본 수많은 애묘인들이 비정규직임을 걱정하시던데요. 

  postfiles1.naver.net-2.jpg

Yulmoo: 아, 평생직이라옹. 계약서는 형식적인 거라옹. 아프지만 않다면 평생 일할 수 있다옹.  
KOPC reporter: 네 만수무강하시고요. 길고양이의 안위를 위해 불철주야 고생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Yulmoo: 기자도 고생이 많다옹. 기자 또한 애묘인으로서 고양이 보호에 앞장서주길 바란다옹. 반려 고양이에게도 안부 전해달라옹. 

1414750435352.jpg



* 본 기사는 사실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아래 링크를 따라가면 길고양이였던 율무 냥님이 어떻게 협회 사무국장이 되었는지 더 자세히 볼 수 있습니다.

Quick men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