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진 고양이는 어떻게 살아갈까?
상처투성이의 하얀 고양이, '밥풀이'를 처음 만난 것은 약 3년 전, TNR 봉사 현장이었습니다. 한눈에도 심각한 상태라 교통사고나 학대를 의심하였지만 자세히 살펴보니 상처는 유독 얼굴과 상반신에 집중되어 있었습니다.
확인한 결과 '밥풀이'는 유기된 고양이였습니다. 갑자기 영역 한가운데 나타난 밥풀이를 길에서 살아가던 고양이들은 낯선 침입자로 받아들였고, 그때부터 밥풀이는 끊임없이 공격을 받아야 했습니다.
버려지는 순간부터 길에서 생존하는 법을 아예 모르는 밥풀이에게 지옥이 펼쳐졌습니다.
배가 고파 냄새를 따라 찾아간 급식소는 이미 영역을 이루고 살아가는 길고양이들의 자리였고, 배를 채우는 것을 쉬이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어디까지가 누구의 영역인지도, 어디로 도망쳐야 하는지도 몰랐습니다. 들개에게 쫓기고, 몸을 숨기려고 찾아간 곳마저 다른 고양이들의 은신처였습니다.
어릴 때부터 길에서 살아온 고양이들은 경험으로 영역을 익히고, 위험을 피하는 법을 배우고, 몸을 숨길 곳을 찾아갑니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을 모르는 집고양이가 유기되면 갑자기 놓인 환경을 파악할 새도 없이 공격을 받습니다. 칼 한 자루 없이 전쟁터 한복판에 덩그러니 놓이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특히 중성화를 하지 않은 고양이들의 영역싸움은 심한 경우 목숨까지 잃을 정도로 치열합니다.
고양이는 길에서도 잘 사니까 알아서 살겠지 싶은 일차원적인 생각에서 출발한 유기는 곧 사형선고와 다름없습니다.
밥풀이에게 길은 살아남는 법을 배우는 곳이 아니라, 살아남기 위해 매일 도망쳐야 하는 곳이었습니다.
늘 경계 상태인 밥풀이를 포획하는 것은 번번이 실패에 그쳤습니다.
그렇게 3년 동안 멀리서 본 밥풀이는 하얀 털이 깨끗했던 날보다 피딱지와 상처를 달고 있던 날이 더 많았습니다.
3년이 지나도 밥풀이는 그 길 위에선 여전히 이방인이었습니다.
전전긍긍하던 하루하루, 마침내 포획에 성공하였고 급히 병원으로 이동하였습니다.
귀 끝이 잘려 있어 TNR이 되어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공격으로 인해 잘린 것이었고 중성화는 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피부의 상처는 많지만 다행히 아물어가고 있어 중성화 수술만 받은 후 무사히 퇴원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사람과 고양이에 대한 경계가 매우 심해 지금은 거리를 두며 쉼터의 별도 공간에서 천천히 마음을 돌보고 있습니다.
밥풀이 몸 곳곳의 흉터와 상처는 유기묘의 최후를 고스란히 보여줍니다. 사람에게는 한 번의 선택이었지만, 밥풀이에게는 3년의 지옥이었습니다.
여전히 사람의 책임 없는 선택과 법의 공백에 대한 대가는 작은 생명이 떠안고 있습니다.
밥풀이가 이제는 안전한 곳에서 맘 놓고 배불리 먹고, 깊은 단잠도 자며 느슨하고 여유로운 하루하루를 보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돌보겠습니다.
후원자분들 덕분에 밥풀이에게 도망치지 않고, 다치지 않아도 되는 매일을 선물할 수 있었습니다.
한국고양이보호협회 '길고양이 지원' 정기후원은 길고양이를 위한 다양한 직접 지원 사업에 사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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