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입양, 시루] 심장에 물이 차도, 일상을 사랑으로 채우는 저는 시루입니다.
2025년 1월, 쓰레기로 가득 찬 어느 한 가정집. 발을 내딛을 공간조차 없을 정도로 곳곳이 쓰레기 투성이었고 풍기는 악취는 잠시도 견디기 힘들었습니다.
실내였지만 한겨울의 냉기가 그대로 맴돌던 그곳에는 고양이 6마리가 남겨져 있었습니다.
이 아이들의 보호자조차 그 집에 살고 있지 않았습니다. 물과 사료는 찾아볼 수 없었고 화장실에는 분변이 가득 차다못해 넘치고 있었습니다.
돌아오지 않는 주인을 기다리며 하루하루 버텨내던 6마리의 고양이는 전원 구조되었습니다.
시루는 약 2살로, 구조된 아이들 중 비교적 나이가 어리고 구조와 병원 병원 검진까지 수월하게 잘 따라주었습니다. 무엇보다 사람의 손길을 너무나 좋아하는 모습에 어쩌면 금세 새로운 가족을 만날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기대를 품었습니다.
하지만 시루는 구조된 지 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제대로 된 입양 홍보조차 시작하지 못했습니다.
구조 당시, 눈과 귀의 상태도 눈에 띄게 나빴지만 더 큰 문제는 따로 있었습니다. 정밀검사 결과 심장에 물이 차며 심장을 압박하는 심장 질환이 발견된 것입니다. 만약 조금만 늦어졌더라면 시루는 쓰레기집에서 심장마비로 짧은 생을 마감했을지도 모릅니다.
시루는 꾸준한 추적검사가 필요했습니다. '다음 검진까지만 잘 버텨보자' 그렇게 간절한 마음으로 맞이한 다음 검사, 그리고 또 다음 검사. 기도하듯 쌓인 시간이 어느덧 1년이 되었습니다. 시루는 언제 상태가 악화되어도 이상하지 않은 상태지만 놀랍게도 잘 버텨주고 있습니다.
현재 시루는 여러 약과 영양제를 복용하고 있습니다. 품종묘에게 흔한 유전성 질환인 앞다리 관절염까지 있어 주사 치료도 받고 있습니다.
수많은 처치 때문에 사람의 손길이 싫어질 법도 하지만 오히려 시루는 배 위에 올라와 정성을 다하듯 오랫동안 꾹꾹이를 해줍니다. 그 모습이 마치 고생했다며 위로해 주는 듯 해 괜히 마음이 뭉클해집니다.
사람이 시루의 방에 들어오는 이유 중 대부분이 약 복용과 처치를 하기 위해서지만 시루는 늘 방문 앞에 앉아 사람을 기다리고, 또 소리내 부릅니다.
최근 검사에서는 폐가 뿌옇게 변한 모습이 확인되었고 호흡수도 증가했습니다. 폐수종 발생 위험이 높아졌다는 의미입니다.
또한 갑상선기능항진증이 의심되고 있으며 췌장 수치 역시 좋지 않은 상태입니다. 막막한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병원을 다녀온 시루는 평소와 다름없이 무방비한 자세로 낮잠을 잡니다.
지금까지 버텨준 시루가 '기적'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그 기적에는 특별한 비법이나 노하우가 숨겨져 있지 않습니다. 시루가 어떤 특별한 능력을 지닌 것도 아닙니다. 그저 다정한 손길이 있었고 평범한 일상이 있었습니다.
복도 한가운데에 누워 느긋하게 자는 낮잠, 친구 방에 들어가 슬쩍 차지한 스크래쳐, 케어매니저에게 해주는 꾹꾹이, 좋아하는 캣닢 쿠션과 장난감.
어쩌면 시루는 이런 평범한 하루하루를 누구보다 사랑하기에 오늘도 버텨내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시루의 특유의 퉁명스러운 표정을 보고 있으면 절로 웃음이 납니다. 어떤 모자를 씌워도, 어떤 안경을 씌워도 그저 느긋합니다. 그런 시루는 항상 온화하고 포근해, 왠지 모르게 다 괜찮을 것 같다는 안도감이 듭니다.
시루가 좋아하는 것들을 오래도록 좋아할 수 있도록, 시루의 작고 소소한 일상이 계속될 수 있도록, 마음입양으로 시루의 하루를 응원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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