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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양이 출판사가 꿈꾸는 공간

     

    얼마 전 사무실 주소를 옮겼다. 업무 중 대부분이 혼자 교정보거나 글 쓰는 일이고, 1인 출판사라 책상 하나만 있어도 일할 수 있어서 창업 당시에는 집 주소로 사업자 등록을 했다. 많은 1인 출판사들이 이렇게 하지만 한 가지 문제가 있었다.

    책 맨 뒤에는 ‘판권’이란 지면이 있다. 책에 대한 기본 정보와 함께 출판사 정보도 함께 실리는 곳이다. 한데 이 판권 부분에 집 주소가 실린다는 게 마음에 걸렸다. 그 무렵 혼자 일하는 여성을 대상으로 한 범죄 뉴스가 유독 자주 올라온 통에 불안은 더 커졌다.

    알아보니 굳이 사무실이 필요치 않은 프리랜서나 나 같은 1인 사업자의 수요에 초점을 맞춘 ‘비상주 서비스’란 게 있었다. 사무실 공간 외에 주소를 빌려주는 서비스인데, 말 그대로 사무실에 상주할 수는 없지만 사업자등록을 할 수 있고 택배도 그곳에서 대신 받아준다.

     

     

    어쨌든 그런 방식으로 사업자를 내고 일은 줄곧 집에서 해 왔는데, 출판사를 시작한 지 2년이 되어 가면서 ‘아무래도 독립적으로 일할 공간은 있어야겠다’ 싶었다. 결심을 하게 된 가장 큰 원인은 하리였다. 지금 사는 집은 아파트라는 수식어를 붙이기엔 민망한 크기의 원룸아파트인데, 말 그대로 원룸이라 문을 여닫을 수 있는 독립된 공간은 화장실뿐이었다. 방이 없으니 생활공간과 작업공간을 분리할 수가 없었다. 일터에서 고양이와 늘 함께 있을 수 있다는 건 반려인에게는 가장 큰 기쁨이지만, 동시에 바로 그 점이 업무 환경 면에서는 단점이기도 했다. 특히 하리는 늘 곁에 있으려고 해서, 책상 왼쪽은 하리가 올라와 앉을 공간으로 비워둬야 했다. 그 자리에 얌전히 앉아 있기만 하면 괜찮은데, 자꾸만 앞발로 esc키와 tap키를 지긋이 눌러댔다. 앞발을 키보드 위에 올리는 게 편해서인지 아니면 그만 일하고 자기랑 놀자는 건지 모르겠지만. 나도 하리가 서운해 하지 않도록 점잖게 왼손으로 밀어내며 소리 없는 실랑이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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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늘 책상 옆 왼쪽 자리를 지키는 하리. 키보드를 자꾸 눌러서 업무를 방해했다.

     

     

     

    칭얼대는 하리와 놀아주고 일하다가 또 간식 주러 일어서고, 오며가며 물그릇에 사료가 빠져 있으면 일어선 김에 새 물로 갈아주고, 화장실 모래 파는 소리가 요란하면 얼른 치워주고…. 이렇게 생각을 분산시키는 일이 계속 생기니 일하면서도 뭔가 집중이 안 되는 느낌이었다. 마침 사무실 주소 임대 계약 만료도 다가오고 있어서 고민이 시작됐다. 규모가 작더라도 집 근처에 사무실을 하나 얻을까, 위워크 같은 코워킹스페이스에 들어갈까, 아니면 그냥 지금 서비스를 좀 더 연장 계약해야 하나.

     

     

    나만 쓰는 공간을 임대한다는 건 단순히 공간을 빌리는 문제로 끝나는 게 아니라, 매달 지출되는 고정비가 늘어난다는 걸 뜻했다. 야옹서가에서는 한 권의 책이 기획되고 출간되기까지 평균 1년 정도가 걸린다. 첫 책 <히끄네 집>이 그랬고, 8월 중순 출간을 앞둔 <순살탱 가족>은 벌써 1년을 훌쩍 넘겼다. ‘완전원고(바로 편집 가능한 원고)’ 상태로 들어온 경우라면 기간이 단축되기는 한다. 실제로 야옹서가의 책 중 <홍조일기>는 계약부터 출간까지 채 한 달도 걸리지 않았다. 만화 부분은 이미 완성된 상태였고 구성만 정리하면 되는 단계여서 가능했다.

     

     

    하지만 야옹서가와 계약한 저자 중 대부분이 정식으로 글을 써본 적이 없는 분들이고, 원고의 씨앗만 품고 있는 단계이기에 책의 구성을 갖추기까지는 시간이 오래 걸린다. 그래도 저자와 편집자가 서로 피드백을 주고받으며 책을 만들어가는 과정에 의미를 두기에, 이 점은 감수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고 보니 늘 일에 치여 지내는 것 같아도 정작 책으로 나온 작품은 많지 않다. 작년까지의 출간 속도라면 사무실을 내서는 도저히 지속 가능한 출판을 하기가 어려운 지경이었다.

     

     

    고민으로 마음이 무겁던 차에 우연히 종로구에 위치한 소규모 코워킹스페이스를 발견했다. 1인석 자리를 살펴보니 생각보다 답답하지 않았고, 임대료도 다른 코워킹스페이스의 절반 수준이었다. 작으나마 쪽창도 있었다. 창 없는 고시원을 전전하다 창 있는 방을 발견한 느낌이어서 곧바로 계약을 했다. 새로운 사무실로 주소지를 옮긴 지 20일쯤 지났는데, 떨어져 지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하리도 뭔가 생활의 변화를 느낀 모양이다. 집에 들어오면 현관 앞에 앉아 있다가 엄청 반가운 얼굴로 “앵~” 운다. “하루 종일 어디 갔다가 이제야 오냐옹!” 하고 타박하는 표정이다. 그러면서 꼬리를 세우고 가벼운 걸음으로 총총총 앞장서서 걷는다. 얼른 오라는 그 뒷모습에 마음이 애틋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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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밤늦게까지 일할 때가 많다 보니, 하리는 졸린데 눈이 부시면 구석진 곳에 들어가 잠을 청하곤 했다.

     

     

     

    사무실을 얻어 나가면서 마음이 헛헛해진 건 하리뿐만이 아니다. 나도 고양이 없는 사무실에서 일하다 보면 문득문득 하리가 보고 싶고, 책상에 둔 키보드 왼쪽 자리가 텅 빈 것이 왠지 허전하다. 언제든 보고 싶을 때 내 고양이를 쓰다듬을 수 있고 놀아줄 수 있다는 게 얼마나 큰 혜택이었는지, 집에서 일할 때는 몰랐다. 늘 곁에 두고 보면서 일하려고, 하리와 스밀라의 모습을 담은 메모지도 인쇄소에 소량 주문을 넣었다. 언제까지나 집에서만 일할 수는 없으니 지금부터라도 떨어져 지내는 연습을 하자고 마음을 다잡아본다. 언젠가 사람도 고양이도 함께 행복한 야옹서가만의 공간을 꾸려, 즐거운 마음으로 일할 수 있기를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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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하면서 생각날 때마다 보려고, 스밀라와 하리 모습으로 만든 메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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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사진 고경원

    고양이 전문출판 ‘야옹서가’ 대표. 2002년부터 길고양이의 삶을 기록하며 국내외 애묘문화를 취재해왔다. 저서로 《나는 길고양이에 탐닉한다》(2007), 《고양이 만나러 갑니다》(2010), 작업실의 고양이》(2011), 《고경원의 길고양이 통신》(2013), 《둘이면서 하나인》(2017) 등이 있다. www.instagram.com/catstory_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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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부름센터 2019.07.01 14:59

      메모지 나중에 판매 하시나요? ㅋ 하리랑 스밀라 넘 귀여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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